- 네가 흔들리는 쪽으로 나도 흔들리겠다.

[시민포커스=조한일 기자]

 

이석耳石

 

                              인은주

 

돌 하나가 움직이면 세상도 흔들린다

짊어진 바랑처럼 몇 바퀴를 돌아간다

이렇게 일생이 가면 돌아올 수도 없겠다

떨어진 돌 하나에 덜떨어진 사람처럼

설탕을 가지러 가서 소금을 들고 왔다

먼 곳에 다녀온 듯이 감감한 봄날 오후

끊었던 친구에게 전화를 넣었는데

지금 거신 전화는 없는 번호입니다

어느새 가고 있었다 먼 곳에서 먼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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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유, 과 정은 상반된 의미이지만 종이 한 장 차이일까? 북극과 남극 정도의 차이일까? 시쳇말로 생각하기 나름일까?라는 의문이 목에 뭔가가 걸린 듯하지만 이석耳石이라는 제목과 ’, ‘바랑’, ‘설탕’, ’소금‘, ‘봄날 오후’, ‘친구라는 평범한 소재들 사이에 돋아나는 필자의 의문이 들녘의 풀잎처럼 마음 놓게 하는 작품이다.

세상을 흔드는 동기를 돌 하나로 시작해 작품 전개가 신체, 시간, 공간 세 가지 영역으로 시 테두리가 쳐져 있다. 이석증耳石症은 어지러움의 요인 중 하나이고 눈, , 입은 앞을 바라보는데 귀는 양 측면에 있어 세상을 보편적 각이 아닌 소외된 곳을 겨냥하는 장기다. 귀속에 이 흔들리는 세상을 감지하고 짊어진 바랑의 무게는 저마다 다르고 등판이 멍들지 않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그게 일생임을 시인도 자인한다.

떨어진 돌 하나에 덜떨어진 사람처럼처럼 소소한 것에 우리가 덜떨어져보임은 사실 나 자신만 모르고 세상 사람 다 알고 있으면서 이석증 있는 귀에다 대고 얘기해 주지 않는 것은 내가 흔들릴까 봐, 돌 하나가 아닌 한마디 말에 흔들까 봐, 그 몸짓 하나에 흔들릴까 봐 차마 해주지 못하는 것일 것이다. ‘설탕을 가지러 가서 소금을 들고오는 일, 수없이 많다. 다만 비교 견적을 당하는 시장판이 그걸 용납하지 않아서 안 그런 척하고 반듯한 척하고 품위 있는 척할 뿐이다. 그래야 겨우 봄바람 몇 번 맞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귀라는 신체를 지나, ‘봄날이라는 시간을 지나, 닿은 공간이 먼 곳에서 먼 곳이다. ‘지금 거신 전화는 없는 번호입니다라는 인용구가 끊었던 친구를 매개로 확장적 비유인 공터라는 감각적 공간에 이른다. 먼 곳은 우리가 사는 동안()이나 전생이든 사후이든 우리가 없는 동안()에도 영구적으로 존재했고 먼 곳으로의 이동()이나 최소한의 공간적 이동의 최소화()를 포함한 세상의 모든 motionpause가 사실 우리를 흔들어대고 우린 또 내성을 길러가고 있을 뿐이다.

 

네가 흔들리는 쪽으로 나도 흔들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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